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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청학헌의 99세 할아버지와 그 아버지를 모시는 아들의 이야기에 깊은 감동이 있었습니다.

이번주 인간극장은 앙코르입니다. 딱 1년전인 작년 7월에 방송됐던 "사랑이 무엇이냐고 물으신다면" 편을 재방송합니다.

그당시 서정선 할머니의 이야기에 많은 분들이 공감하셨을테지요.

바로 평범한 우리의 어머니 이야기와 너무나 닮아 있는 인생이기 때문일겁니다. 젊은 사람들은 옛날 얘기라고 지겨워하겠지만 얼마전까지만해도 그렇게 살아온 인생이 너무나 많았습니다.

그래서 공감은 더욱 깊어질 수 밖에 없는거죠.

이야기는 경북 영양의 두메산골에서 시작됩니다. 쉽게 들고 나기 힘들어 ‘육지 속의 섬’이라고 불리고 있답니다.

이곳 두메산골에는 금슬 좋은 노부부 김용섭할아버지와 서정선 할머니가 평생을 보낸곳이라고 합니다. 두분은 동갑으로 77세입니다. 

정확히는 서정선 할머니는 이곳 산골에서 평생을 사신것은 아니네요. 도시 아가씨였던 서정선 할머니가 산골 토박이였던 김용섭 할아버지에게 시집을 온것이 스물셋이었기 때문이지요.   

스물셋 새댁을 기다리고 있던 건 신혼의 단꿈이 아닌, 나무껍데기로 옷을 해 입고 보리죽으로 연명하는 척박한 삶이었다고합니다.

 단하나 의지할 수 있는 남편은 결혼 전부터 늑막염을 앓아왔기 때문에 누워 지내는 날이 많았다고 합니다. 당연히 6남매 키우며 생계를 꾸리는 일은 할머니의 몫으로 남게 된거지요.

 

여기까지만 들어봐도 너무나 팍팍할 것 같은 인생이 기다리고 있었지만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안쓰러운 마음에 운명같은 산골의 삶을 선택하고 개척합니다.

농사일과 산을 오르내리며 약초 캐는 일로 평생을 보내 허리는 90도로 굽어 꼬부랑 할머니가 되었지만 자식들 건강하게 키워냈고, 꺼질 듯 위태롭던 할아버지의 목숨도 구해낸거죠. 할아버지는 지금은 건강해지셨고, 이런 할머니를 ‘내 삶의 은인’이라며 아끼고 사랑하고 있습니다. 

업어줘도 시원찮을 은인인 거죠. 그리고 인생을 함께하는 가장 훌륭한 반려자이며 아이들의 어머니이자 아내인 할머니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할아버지 할머니 모두 여든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젊었을 때의 인물이 어떠했을지 상상할 수 있을 만큼 선남선녀네요.

힘들고 긴 세월을 보낸 사람들이라고 믿을 수 없을만큼 선한 인상을 그대로 가지고 있습니다.

인생을 어떻게 살아왔는지 보다 어떤 자세로 인생을 대했는지 읽혀지는 대목입니다. 각자에게 주어진 인생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각각의 개인에게 그 의미가 다른 이벤트들이 결국 인생이라는 연속된 결과물을 만들것이기 때문이겠죠.

그렇지만 지금 이들 노부부에게 걱정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닙니다. 

삶은 늘 해결해야 하는 숙제의 연속이라 이라더니 이제 걱정거리 없이 살 만하다 했더니 5년 전, 마음 아픈 일이 생겼습니다.

상상하셨듯이 가지많은 나무에 해당하는 6남매가 남아있습니다.


맏딸인 김춘희(55) 씨가 고향을 찾아오게된거죠.  출가한 딸이 다시 돌아왔다는 것은 좋은일은 아니었지요. 남편의 사업이 망한 후 정신적 충격을 받아 몸과 마음이 망가져 있었다는군요. 그 아픈 자식을 할아버지 할머니는 다시 보듬어 건강을 회복시키고 했지만 첫애에 대한 애정가 걱정은 모든 부모가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이제 세상이 변하고 산골은 가난과 고립과 삶과의 투쟁이 아닌 힐링과 평화의 상징이 되어가기를 바래봅니다. 

시간은 흐르고 사람을 낡아가고 자연은 더 커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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