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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극장 엄순분의 봄날 편입니다. 지독한 가난이었다.  산에서 뗄깜으로 생활을 하는 떼꾼의 딸로 태어나 광부의 아내로서 살아가며 5남매를 먹여 살렸다는 것 자체로 엄순분 할머니의 삶이 어떠했을지 짐작이 간다.

그녀가 어린시절을 보냈고 지금도 살고 있는 가리왕산 깊은골로 들어온것이 일곱살 무렵이라고 하니 벌써 68년이 지난셈이다.  그녀의 원래 고향은 강원도 영월이지만 9남매 키우고자 점점 먼곳을 찾다보니 이곳 가리왕산 깊은 곳까지 왔다고 한다.  17살에 입하나 덜자고 아랫마을로 시집올 때까지 떼꾼을 하신 아버지는 주색에 빠져 가산 탕진을 물론 화병에 눈까지 멀었다.

 

 



계몽기 소설을 읽는 듣한 주변환경이다.  그랬다.  엄순분 그녀의 삶 전반부는 딱 그렇게 힘들었다.  시집 온 이후에 시할머니부터 시동생까지 열둘 식구를 챙기고 자식 다섯까지 먹여살려야했던 그녀의 중반부 인생은 더 모질 시간의 연속이었다. 그녀의 삶은 그렇게 아리랑이 되었다.

 

그런 엄순분 여사의 인생 후반부에 변화가 생겼다. 이웃 마을 권혜경씨는 평소 엄순분 할머니와 다정히 지내는 이웃이었고 누구보다 그녀의 고단한 삶에 대해 잘 알고 있던차에 나물을 캐러 함께 간 자리에서 순분 여사의 노래에서 절절한 애환이 표현되는 경험을 했다. 

 

순분 여사의 노래 재능을 발견한 권혜경씨는 그녀의 삶을 노래극으로 만들고 싶었고 악극단 출신의 젊은 소리꾼 두명과 함께 공연을 무려 서울 공연을 하게되었다.  순분 여사가 배우가 된 순간이었다.  그녀의 노래에 그녀의 삶이 담겨 있어서 일까 노래 가사 하나하나가 관객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었다. 

 

첫 공연의 성공 이후 두번째 공연을 준비 중이다. 고추를 따다 말고, 수수도 털다 말고, 툭하면 집을 나서 콧노래 부르며 도착한 곳은 공연 연습실로, 산골 할머니인 순분여사가 여배우로 거듭나는 장소이다.  인생의 황혼녁에 재능을 발견한 것이다. 

 

배우 생활에서 어려운 것이 있다.  75살의 나이에 대사를 외우는 것이 익숙치않고 너무나 어렵다. 지난 첫 공연에는 일을 핑계로 찾아 오지 않았던 영감님은 미안한지 글공부도 시켜주고 할머니는 힘을 얻어 더 열심히 공연에 매진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동네의 소문난 일꾼으로 살아온 순분 할머니는 가을걷이도 하고 공연연습도 하고 글공부도 병행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바쁘지만 이전에 힘듦과는 다른 느낌이다.

자투리 땅을 아껴가며 키운 고추, 수수, 깨, 콩 등을 5남매에게 보내는 것이 유일한 낙이었지만 지금은 또 다른 생활이 생긴것이다.

시집을 가보니 집에 모셔야할 시집 식구들이 열두명이 있었다. 엄순분 배우의 시집살이는 그렇게 힘들게 시작되었다.


인생의 황혼기에 마치 그간의 고생을 보상하려는 듯한 행운이 찾아왔다. 매일매일이 행복하지 않을수 없다. 그러던 엄순분 할머니에게 갑작스러운 갈비뼈 통증이 찾아왔다. 75년 인생 어느 한순간 쉬운 적이 없었던 엄순분 할머니는 어떻게 대처할까 궁금하다.  자신의 삶을 그대로 노래극으로 옮긴 무대의 주인공 으로서 엄순분 할머니의 노래는 어찌될지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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