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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87살입니다. 19살 꽃다운 처녀로 시집왔을 때부터 벌써 68년이 지났네요. 모든 인간극장이 그러하지만 전북 임실 섬진강가의 옥정호는 그렇게 또다른 삶을 넉넉히 품어주고있습니다. 


옥정호는 섬진강 댐이 건설 되면서 만들어진 인공호수로 수몰민의 삶의 기억을 덮어버렸지만 호수 어부라는 새로운 생활에 적응하게 만들었습니다.  할머니 또한 옥정호 호수에 기대어 긴 세월 생계를 유지했습니다. 

 



자식들을 먹여살리느라고 물고기가 든 광주리를 들고 20리길을 마다하고 장날을 다녀오던 할머니의 젊은 시절이 겹칩니다.  막내아들 윤석철 씨는 두 누나가 시집가고 난 후에도 어머니와 단 둘이 살며 옥정호 호수를 건너 장에 나가는 어머니를 태워드렸습니다.  

그 어렵던 시절을 뒤로하고 오늘은 어머니를 모시고 뱃놀이를 나왔습니다. 같은 장소 같은 사람이지만 삶을 위한 고달픈 도선이 오늘은 한가로운 뱃놀이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변한건 어머니는 어느덧 할머니가 되었고 아들도 노년에 접어들었습니다.

 


할머니는 19살에 시작한 결혼생활 10년만에 청상이 되었다고 합니다. 딸 둘에 세살인 막내아들까지 있었던 스물아홉 과부로써 송길춘 할머니가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이었습니다. 그렇게 힘든 삶은 먼 과거의 기억이 되어 버린 지금도 할머니는 나물 캐는 일이 가장 즐거운 일이 되었습니다.   


일찍이 홀로 자식을 어찌 키웠는지 알기에 세 자녀 모두 효심이 지극합니다. 막내아들 윤석철씨는 꽃을 좋아하는 어머니를 위해 앞마당에 꽃밭을 만들고 황토방을 만드는가 하면 딸 들은 할머니의 옷이며 양말이며 세간살이 하나하나를 챙겨드리고 있습니다. 윤영자, 윤순자씨는 어머니 당신은 단 한번도 자신을 위해서 옷을 사입지 못한것을 알기에 더더욱 신경쓰나봅니다.

 


할머니의 여든 일곱번째 봄날은 4대가 함께 모여 할머니의 어버이날을 챙겨주는 것에서 행복을 느끼며 지나가는 중입니다.  증손주, 손자 아들 딸 모두 모여 지난날의 힘듦을 서럽지 않게 느끼게 해주는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거기에 시집가며 떠나갔던 고향 옥정호의 풍경이 할머니의 봄날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옥정호 옆의 동산에서 하루종일 시간가는줄 모르게 고사리를 캐고 봄 나물을 고르며 아무 걱정없이 보내는 시간이 할머니의 더 할수 없는 행복인가봅니다.



봄날은 너무 짧기 때문에 더 아름답게 느껴지겠지요. 힘든 인생의 여정이었지만 그 고달픔이 서럽거나 아프게만 느껴지지 않는 이유도 짧은 봄날 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할머니는 어느새 여든 여덟번째 봄날을 준비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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