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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극장 99세 청년 조동환 할아버지, 한 백년 살다보니 인생이 그렇지
라이언 일병 구하기 마지막 장면에 치열한 전투 끝에 자신을 구하는 임무를
다하고 죽음을 맞이하는 존 밀러 대위의 묘역을 찾는
백발이 성성한 라이언이 자손을 이끌고 찾는 모습이 나온다.
이제는 없어졌지만 예전에 현충일 즈음 틀어주던 한국 전쟁을
배경으로 한 영화들에도 어김없이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자가
먼저간 사람의 묘소를 찾아 헌화하는 장면들이 많이 나온다.
1919년 3.1 운동이 있던 해에 태어난 조동환 할아버지는 아직도
그의 일터인 민통선 안 밭 근처에 그의 사랑하는 이들을 두고 있습니다.
두 부인과 아들 내외와 그 밖에 사랑하는 가족들의 묘소를 밭 근처에 둔 것이죠.
올해 99세까지 살면서 조동환 할아버지는 우리 역사의 질곡을 옆에서 혹은
정면으로 겪으며 시간을 보냈을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은 99세 생일초가 꽂힌 케이크를 마주 대하고 계시네요.
99세라고는 믿기지 않는군요. 그냥 70대 정도로 보이시네요.
그가 살아온 시간이 우리 역사의 모든 중요 사건들이 있었던 해였기에
그의 삶은 누구보다 모진 것 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는 아직도 살아남았고 그렇게 사랑하는 이들을 돌보고 있습니다.
인간극장 조동환 할아버지는 65세에 운전면허를 따고 몰기 시작한
파란색 트럭을 타고 오늘도 그의 일터로 향합니다.
그의 일터는 민간인 통제구역, 민통선 안에 있는 200여평 넘는 산과 밭입니다.
99세의 나이에 정년퇴직 없이 일터로 나와 고구마, 옥수수 고추 들께등을
키우기 위한 노동을 하고 있는거죠.
작물을 키우기 위해 들어야하는 무거운 물통 따위는 신성한 노동일 뿐입니다.
이제는 평화만 남았지만 할아버지는 일제강점기부터 해방,
한국전쟁으로 이어지는 비극적인 우리 역사의 산증인이니다.
스물네 살엔 일본에 징용갔었고, 서른한 살엔 한국전쟁으로
고향을 떠나 피난 살이를 했었죠.
그 후 7남매를 키우기 위해 학교 교사부터 장사일,
공장일, 농사일까지 안 해본 일이 없었다고 하는군요.
그러나 이제는 99년이라는 긴 세월 속에 그는 소중한 사람들을 잃었습니다.
잃었다기 보다는 자연스럽게 떠나 보낸거네요.
첫 번째 두 번째 부인 모두 병환으로 세상을 떠났고, 동생들과 장남 부부마저도 먼저 떠나갔지요.
그래도 그 모진 세월을 견딜 수 있었던 것은 밭 근처에 산소가 있어서라고 합니다.
수시로 풀도 뽑고 이들과 이야기도 주고 받는것이 조동환 할아버지의 즐거움입니다.
인간극장 조동환 할아버지는 자식들이 아닌 장남의 아들인
조준희(47) 씨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일찍 세상을 뜬 장남 부부를 대신해 동환 할아버지가 애지중지 키운 손자죠.
오십년 이상 나이 차이가 남에도 적당한 질서와 이해로
집안의 평화가 유지되는 것은 노인의 지혜 때문일까요.
손자 준희 씨에게 동환 할아버지는 아버지 같은 존재입니다.
어렸을 적,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 어머니를 대신해 할아버지가 애지중지 키운거죠.
그러기에 할아버지와 함께 사는 것이 당연한 일이겠지요.
손자 준희씨의 직장은 철원에서 군인들에게 인기가 많다는 피자 가게입니다.
오전에 나가 밤 열두시나 다 돼서 들어오지요.
때문에 동환 할아버지는 스스로 밥도 챙겨먹고, 설거지도 하며
바쁜 손자 부부의 일손을 거들고 있고요.
서로 부담을 주지 않고, 나름의 질서 속에서 서로를 이해하며 지내고 있는 비결인가봅니다.
99세라는 나이가 온통 긍정으로 작용하는 할아버지는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이끌어 나가고 있습니다.
고된 농사일에 몸이 힘들 법도 하지만, 아직도 건강하게 일할 수 있다는 것에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단 한 가지 걱정스러운 일은, 곧 운전면허증 갱신을 해야 하는데,
100세가 되면 운전면허증 갱신을 안 해줄까봐 벌써부터 걱정스럽다는군요.
그러나 오늘 새벽에도 조동환 할아버지는 아내가 있고 동생들이 있고 자식들이 있는
그의 일터로 그의 애마 파란 트럭을 타고 씩씩하게 달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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