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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교사를 하던 집에 엄마 없는 6살딸과 4살 아들이 있었지요.

아이들은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지 않았지만 그 당시 방문교사로 있던 이숙향씨에게 마음을 열고 따랐다고 하네요.

결국 이숙향씨의 두 남매의 새엄마가 되었습니다.


 
 아이들의 엄마와 이혼한 곽청현씨와 부부의 인연을 맺게 된 계기가 아이들이었다고 말합니다.

남편과는 10살차이로 지금은 이숙향씨도 43살의 나이가 됐고 어느덧 첫째 딸 곽그루씨도 27살이 되었군요.  아들은 25살이니 벌써 21년전 일이었습니다.

 
 

 

당연히 숙향씨 부모님은 적지 않은 나이 차이에 이혼까지 있는 사위를 받아들일 수 없었지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곽청현 씨 사업마저 흔들리고, 둘의 사랑은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불안한 사랑이되었습니다.

이럴때 일반적인 인연들은 서로의 진짜 속을 확인하고 헤어지는 경우가 많지만 이들을 달랐죠.

 

 

 

어차피 벼랑 끝에 서 있는 상황, 혼자보다는 함께 있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는 결심한 숙향 씨가 대단하네요. 방문까지 걸어 잠근 친정아버지의 반대도 숙향씨를 막을 수 없었네요.

결국 어린 남매의 진짜 엄마가 되어주기로 했던 결심을 실행했네요.


그러나 숙향씨 인생은 더 강한 무언가가 필요했나봅니다. 결국 곽청현 씨의 사업실패로 가족들은 진도로 쫓기듯 내려와야했지요.

남편의 고향이었죠.

 

 
사업실패로 힘들었던 청현씨에게는 고향이지만 숙향씨는 도시 처녀로 낯설수 밖에 없었겠죠.
진도 사투리도 낯설고, 마음 터놓을 친구 하나 없던 새댁 숙향씨는 빚을 갚기 위해 시작한 농사도 마음처럼 되지 않아서 숱하게 울다 지쳐 잠들었다고 합니다.

쉽지 않은 결혼을 결심하게 해 줬던 아이들이 이번에도 다시 숙향씨를 웃을 수 있게 해 줬다고 합니다.  힘들것이라고 굳게 결심했지만 그 이상으로 힘들었다는군요.
만 원 한 장으로 네 식구 세끼를 해결해야 했고, 남편의 도움이 있어야만 시부모님의 말을 알아들을 정도로 낯선 사투리 때문에 고생을 했다는 군요.
그래서 한국으로 시집온 외국인 며느리의 심정을 이해한다고 하네요.

 

 
 지금은 그 어느때보다 네가족이 행복하지만 진도로 떠밀리듯 내려온 초기에는 정말 어려운 일들만 있었다고 합니다.  남편과 함께 빚을 갚아보려 시작했던 농사도 잘 되지 않고, 수확은커녕 빚만 늘어남에 따라 막다른 길까지 갔었다고 합니다. 숙향 씨가 깊은 우울증에 빠졌던거죠.

그때 아이들이 기적같은 힘을 줬다는 군요.  울다 지쳐 잠이든 엄마의 이마를 고사리손으로 짚어주던 네 살배기 아들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엄마의 생일이면 열흘 전부터 깨알 같은 글씨로 축하편지를 써주던 딸은 그 자체로 힘이었지요.
사랑스런 두 아이가 우울증 따위 견디고 이겨낼 수 있는 삶의 이유였던거죠.

 

 
그 아이들이 정말 잘 커주어서 딸은 엄마 아빠를 따라 3년전 부터 농사일을 배우고 있고 25살 아들마저 제대하고 가족과 합류해서 일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이숙향 씨의 마음에는 친정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이 커질 수밖에 없었죠.
그렇게 반대하는 결혼을 했기에 결혼 이후로는 왕래조차 할 수 없었던 친정이었습니다.
하지만 몇 년 전, 친정아버지가 숙향 씨가 사는 진도로 찾아왔고, 부녀는 오랜 회포를 풀 수 있었습니다. 
이제 이숙향씨 아빠는 사위를 딸보다 더 좋아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숙향씨 친정아버지의 수술소식을 알게되었습니다.
숙향씨 온 가족이 출동했다는 군요.


한여름 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됐고 햇볕이 쨍쨍 내리쬐도 농부는 여전히 분주해야만하죠.
그러나 이들의 농사 철학은  ‘오늘 못한 일은 내일 더 하면 된다’ 랍니다.

이렇게 분위기 좋은 가족이지만 홀해의 가뭄 상황때문에 이들 가족에게도 위기가 찾아왔나봅니다.

겨우 심으면 말라버리는 작물에 다들 예민해질수밖에 없는거죠.
결국 청현 씨, 농사일 서툰 아들딸의 모습에 버럭 화를 내기도 합니다. 
이럴때면 아들은 홱 돌아서 집으로 향하고 딸은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죠.
이때 숙향씨가 나서서 분위기도 풀어주고 부녀 사이를 오가며 진정 작업을 시킵니다.

오래 기다리던 비가 올때, 네 식구가 오랜만에 사진첩을 펼쳤습니다. 태풍으로 집안에 물난리가 나면서 엉망이 된 사진첩이지만 그래도 그루와 솔이의 성장기가 담겨있다보니 엄마 숙향 씨는 추억에 젖으며 느끼게 되는 정작 제대로 된 가족사진은커녕 흔한 결혼사진 한 장이 없다는 점이죠.
처음에는 여력이 없었고, 이후로는 사는 게 바빠 미뤄오던 오랜 숙제인 셈이죠.
이제는 그루 솔이 남매가 엄마의 숙제를 풀어주려 합니다.
 하얀 웨딩 드레스를 입은 신부가 바로 "우리엄마" 숙향 씨입니다. 그런 엄마를 보며 아들딸이 말하죠. “엄마, 우리 엄마가 돼줘서 고마워요”라고요.

숙향씨는 혹독했던 시절을 생각하면 지금 이 순간이 천국 같다는군요.
눈 뜨면 얼굴 마주 보고, 세 끼 식사를 함께하고, 논과 밭으로 몰려다닐수 있기 때문일까요.
장성한 아들딸은 가끔 독립을 꿈꾸지만, 그래도 우리 집같이 화목한 집은 없더라며 부모 마음을 흐뭇하게 해주는 아이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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