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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극장 부여 한옥 부부 조훈 김수진 부부의 오래된 집 편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우리의 역사는 무려 반만년이라는데 우리에게 생활 속 전통은 어디에 있는가 하는 생각입니다. 쉬운 예로 우리가 부러워 마지않는 유럽만 해도 역사는 우리보다 짧지만 잘 보존된 중세의 건축물을 관광자원화하고 있는데 말이죠.

더 가까이는 역사가 200여년 넘은 미국만 해도 이민 초창기 시절의 유물은 물론 많은 것들이 잘 보존되어 지금을 살아가는 사람들과 공존하고 있는 모습이 부러운거죠.

깊은 역사를 서로 경쟁하듯 내세우는 중국 일본은 말할것도 없지요.

우리의 예는 어떻습니다.  조상의 얼이라는 것은 박물관에나 가야 볼 수 있는 단절된 역사가 아닐까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간단하게는 그냥 어릴 때 보았던 할아버지, 할머니의 생활을 직접 느낄 수 있는 것들이 생활 주변에 없다는 점이 아쉬운거죠.

한옥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에 상반된 것들이 많습니다.  우아함 아름다움 같은 다소 추상적 이미지부터 불편함 춥다등의 정반대에 있는 것들 말이죠. 

이번주 인간극장 부여 한옥 부부 조훈 김수진씨의 한옥 사랑은 상당히 의외입니다.  그들이 어려서부터 한옥을 접했다거나 했던것은 아닌것 같습니다.  고된 서울살이 끝에 마음의 안식을 찾은 곳이 귀촌이며 구체적 정착지가 오래된 집이기 때문입니다.  

주인공 조훈 김수진 씨는 서울에서 잘 다니던 대기업을 그만두고 카페를 운영한 경험이 있다고 합니다.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들에 밀려 14년 동안 운영하던 카페를 닫아야 했던 아픔이 있었다고도 합니다.  처음 귀촌의 선택지는 해남으로 그곳에서 3년 동안의 해남 시골살이를 끝내고 그들만의 집을 찾아서 부여까지 오게 됐다고 합니다. 

이들 부부가 낡은 대문을 밀려 처음 부여의 집을 접하는 순간 쿵쾅쿵쾅 뛰는 심장을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인상이 깊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시작된 이들 부부의 오래된 집 과의 사랑은 이제 2년이 됐다고 합니다.  충청남도 부여군 규암면 오래된 집을 뜯고, 자르고, 나르고 하면서 2년이 지난거죠. 사실 2년간 집만 고쳤다고 합니다. 별도의 수입도 없이 온통 이 집에 매달린거죠. 온통 갈색 페인트로 칠해졌던 한옥의 나무, 페인트를 벗겨냈고 묵혔던 땅을 갈아엎어 텃밭과 뜰을 만들었다.

천장 판자를 걷어내자 고래 뱃속 같은 서까래가 드러났고, 보일러를 깔았던 마루를 걷어내니 옛 대청마루가 숨어있고 화장실로 개조됐던 누마루가 근사한 마당 전경을 선사할 때 마다 조훈 김수진 씨는 귀촌의 꿈을 실현했다고 생각했겠죠. 

입에 단내 나도록 힘이 들었지만  처마를 흘러내리는 빗소리, 볕 좋은 날 고실고실 말라가는 빨래, 쉼 없이 피고 지는 꽃들을 보며   고양이들과 살아가는 삶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었다면 공사는 빨리, 더 편하게 끝났을 것이며 이러한 기쁨도 맛볼 수 없었겠지요. 

그렇기는 해도 서울의 집을 팔았고, 차를 팔았고, 공사기간은 길어지고 예산은 이미 초과한 지 오래인 시점에서 어느정도 타협을 찾아야 할것 같습니다. 

다행히 집의 많은 곳들이 기능을 하기 시작했으니 복원은 더 속도를 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작년 3월부터 시작된 오래된 집의 공사, 1년에 걸쳐 부엌이 가장 먼저 공사를 마쳤다고 합니다.복층으로 개조한 별채가 완성됐으며 그런 중에도 남편은 텃밭과 뜰을 가꿨습니다. 자급자족 의식주는 해결됐으며 이제 남은 건, 본채정도 입니다. 이 와중에 강원도로 귀촌한 훈 씨의 누나가 닭들까지 보내준다 하니, 닭장까지 만들어야 한다는 군요. 


누군가는 사서 하는 고생, 세상의 속도와 반대로 가는 삶이라 하겠지만, 부부는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치열하게 자신의 터를 가꾸어가는 부부의 땀에 절은 얼굴로도 바람 한점 지날 때마다 웃음이 납니다. 

아침이면 아내 수진씨는 별채에서 나와 부엌으로, 텃밭으로 가고, 심고 가꾸는 걸 좋아하는 낭만파 남편은 밤새 내린 비에 뜰부터 살핍니다.  나뭇잎을 찍어 만든 디딤돌을 딛고 정겨운 장독대를 지나면 먹고도 남을 자급자족 텃밭이 부부의 식탁을 채워주고 상사화, 수국, 백일홍등 계절대로 피는 꽃들이 정원을 수놓습니다. 날마다 선물 같은 하루, 이런 행복을 느낄 수만 있다면, 힘들고 느리게 고쳐가는 삶도 괜찮지 싶을 것 같습니다.

마치 영화속 한 장면 인것 같습니다. 아름다운 음악과 함께 느리게 편집된 영화말지요.

누구나 직접할 수는 없지만 아련한 향수같은 것을 느낄 수 있는 한옥에서의 삶이기에 부러움을 느끼는 것은 당연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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